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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위장관질환

사람의 세계/건강/질병

by 길 동무 2013. 1. 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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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원인 없이 속이 불편하다면 기능성 위장관 질환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민감해진 위장 ‘편하게 만든다’

식후 불편감·조기 포만감 1주일 지속되면 기능성 소화불량
과민성 장증후군은 육체·정신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



일반적으로 질환은 기질적 질환과 기능성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질적 질환은 암이나 궤양, 염증, 혹은 뇌졸중처럼 각종 검사를 통해 원인을 분명히 규명할 수 있는 질환이다. 기능성 질환은 육안이나 다양한 검사에도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경우의 질환들을 의미한다. 기질적 질환들이 신체 어느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듯, 기능성 질환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만성 피로증후군, 섬유근통 증후군, 취식 장애, 월경전 증후군 등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란 오심, 구토, 복통, 소화불량 등 각종 위장관 증상들이 뚜렷한 기질적 원인 없이 나타나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성인에서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부위에 따라 기능성 식도질환, 기능성 위십이지장 질환, 기능성 장질환, 기능성 복통, 기능성 담도질환, 기능성 항문직장 질환 등 6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여러 단계의 분류법을 거쳐 최근에는 제3로마기준이 주로 이용된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기질적인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병태생리들이 제시되고 있다. 과도한 소화관의 운동성, 지나치게 예민한 내장신경, 중추신경과 내장신경 사이의 부조화, 감염에 의한 과감작 상태, 정서적 요인 등이 그것이며, 최근에는 어릴 때의 좋지 못한 사회적 환경, 중추신경 및 내장신경간의 연결 문제, 개인적 소인(체질), 정서적 불안상태 등이 모두 관여하여 발생한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기질적 원인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고령에서 처음 나타난 증상, 체중감소, 혈변, 빈혈, 야간에 수면을 방해할 정도의 심한 증상, 기질적 질환의 가족력 등이 있는 경우 반드시 각종 검사들을 해야 한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질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각 질환이 유사한 병태생리를 나타내므로 치료법 역시 공통점이 많다. 내장신경의 지나친 과감각을 억제하기 위해 소량의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이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고, 그 외에도 장관의 운동성을 조절하는 약제, 필요에 따라 진통제 등이 사용된다.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질환이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이 두 질환의 유병률을 합하면 20%에 육박하며, 소화기내과를 찾는 환자들 1/3 정도가 이 두 질환에 기인한다는 보고도 있어 매우 중요한 질환임을 알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

기능성 소화불량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 가운데 ‘기능성 위십이지장 질환’의 네 가지 아형 가운데 하나로 ‘식후 불편감증후군’(Postprandial distress syndrome, PDS)과 ‘심와부 동통증후군’(Epigastric pain syndrome, EPS)으로 나눈다.
심와부는 통상적으로 흉골 바로 아래쪽 명치부위를 가리킨다. 제3로마 진단 기준에 따르면 두 증후군 모두 최소 6개월 전 발생하여 최근 3개월 간 지속되어야 진단할 수 있다. ‘식후 불편감증후군’의 경우, 정상적인 식사 후에 발생하는 식후 불편감이나 조기 포만감이 적어도 1주일에 수 차례 정도 있으면서 이 증상을 설명할 만한 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심와부 동통증후군’의 경우 심와부에 느껴지는 통증이나 열감이 적어도 주 1회 이상 간헐적으로 존재하며 다른 위장관 기능성 질환의 범주에 들지 않아야 하고, 통증이 심와부 외의 다른 부위로 방사하지 않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경고 증상들이 동반되지 않으면 간단한 병력청취와 검사만 시행하고 투약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위암의 유병률이 높고, 상부 위장관 내시경 비용이 저렴한 경우 우선적으로 상부 위장관 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40세 이상에서 2년마다 시행하는 국가암 검진에도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해당되는 경우 빠지지 않고 시행받는 것을 권장한다.


과민성 장증후군

‘과민성 장증후군’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 가운데 ‘기능성 장질환’의 다섯 가지 아형 가운데 하나로 ‘배변과 관련 있는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기능성 위장관 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장에 염증, 궤양, 또는 종양 등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고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서 이러한 증상이 대변을 보고 난 후 좋아지거나 혹은 변비나 설사 등 배변 횟수의 변화나 대변 굳기의 변화와 동반되어 발생하는 장의 만성적인 기능 장애를 의미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이 발생하는 기전 역시 일반적인 병태생리와 유사하며 특정한 내과적 질환이라기보다는 정신 상태와 내장 기능의 부조합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들의 집합이다. 어려서부터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왔거나 특정한 음식물 섭취 후 심한 장염에 걸리거나 소화 장애로 고생한 경험을 한 사람의 장은 신경계나 호르몬계를 통해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민감한 상태로 된다. 따라서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장의 운동성이 과도하게 증가한다든지 장을 지배하는 신경이 쉽게 자극을 받는 등의 경로를 통해 증상이 발생한다.

증상은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대변을 보고 난 후 나아지거나, 평소에 정상적으로 나오던 변이 갑자기 횟수가 늘거나 줄면서 혹은 무른 변이나 딱딱한 변이 동반되면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나타나는 경우가 전형적인 증상이다.
그 외에도 대변에 미끈미끈한 거품 같은 점액이 나온다거나,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반복되거나,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자꾸 부른 것 같고 가스가 찬 느낌이 든다거나, 대변을 볼 때 힘이 많이 든다거나, 여유시간 없이 갑자기 대변이 심하게 보고 싶어지는 경우 일단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소화관 증상 이외에도 무기력, 불면, 근육통, 빈뇨 및 급박뇨, 야간뇨증, 잔뇨감, 구취감, 조기 포만감, 성교통 등이 잘 동반된다.

진단은 역시 암, 궤양, 대사성 질환 등의 기질적 질환들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질적 질환에서도 과민성 장증후군과 거의 같은 증상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직장 내시경 검사 또는 대장내시경 검사, 혈액 검사, 분변검사, 갑상선 기능검사 등을 공통적으로 시행하고 증상에 따라 직장항문 기능검사, 대변 배양검사 등 몇 가지 추가적인 검사들을 시행하게 된다. 특히, 50세 이후에 처음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라든가, 증상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심해지는 경우,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 체중감소가 동반되는 경우, 배변 시 출혈이 있는 경우, 기름기가 둥둥 뜨는 대변을 보는 경우 등은 기질적 소화관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들은 자신들의 증상이 암이나 기타 심각한 질환에 걸렸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근심을 털기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증상이 보이면 일단 전문가를 찾아 기초적인 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심각한 기질적 질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적으로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어떤 상황에 반응함에 있어 한 순간만 더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육체적으로도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등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또한 특정한 음식물 섭취라든가 기타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 전후에 대한 기록을 해서 증상을 유발하는 상황 자체를 회피함으로써 증상의 발생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 박경식 교수 / 소화기내과 / 동산의료원
● 상담 및 문의 : (053)250-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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