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종양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내시경점막하박리술, 종양 크기 관계없이 한꺼번에 절제
암 전단계인 샘종 반드시 제거해야 대장암 예방
크기에 따라 시술 3~5년 후 추적 검사 필요
55세 김아무개씨는 증상은 없었으나 건강검진 목적으로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았다. 대장내시경 시행 중에 직장 부위에 3cm 가량의 측방발육형 종양이 확인되었고, 조직검사에서 저도이형성 샘종으로 진단 받고 우리 병원을 방문하였다.
협심증이나 뇌졸중 등의 병력은 없었으나 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다. 아스피린으로 인한 시술 후 출혈의 위험성 때문에 시술 예정일 7일 전부터 아스피린을 중단하고 입원하여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시행받았다. 환자는 시술 후 2일째까지 복통, 발열 등 특별한 불편감이 없어 미음을 시작하였고 3일째 퇴원하였다.
절제 검체의 최종 조직검사에서 대장암으로 진단되었으나 침범범위가 점막에 국한되고 분화도가 좋고 혈관에도 침범하지 않아, 추가 수술 없이 정기적인 추적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2011년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200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 시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10년 전과 비교하여 대장암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남성의 경우 1999년에 위암, 폐암, 간암에 이어 4위를 차지하던 대장암이 2009년에는 위암에 이어 2위로 올랐고, 특히 여성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위암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화에 이은 도시화된 삶 그리고 서구화된 생활습관 등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 종양성 용종 샘종이란
대장암의 발생과정은 다른 부위의 암과는 달리 특이한 점이 있다. 80% 이상 대부분의 대장암은 처음부터 암세포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선종 혹은 샘종(사람들은 흔히 이것과 용종 혹은 폴립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용종 혹은 폴립은 돌출된 모든 점막 병변을 일컫는다. 따라서 용종 중에서 조직학적으로 진단된 종양성 용종이 샘종에 해당된다)이라고 불리는 암 전 단계의 종양에서 시작하여 7∼10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암으로 진행한다.
샘종이란 현재 암은 아니지만 향후에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즉 암의 씨앗으로 알려진 종양이다. 이것은 적절한 시기에 대장내시경 검진을 통해 전암성 단계인 샘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국가폴립연구(U.S. National Polyp Study)에 의하면 새롭게 샘종으로 진단 받은 1,418명에서 대장 샘종을 내시경치료로 제거하였더니, 대장암의 발생률이 76∼90%까지 감소했다고 발표하여 샘종-암종 발화과정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진의 중요성을 제시하였다.
국내 대장샘종의 유병률은 대장내시경 검진 성인 5명 중 1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자주 관찰되나, 대부분의 크기가 작은 샘종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일부는 자연 소멸되어 대장샘종의 일부만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국내 진료 지침에서는 만 50세부터 증상이 없더라도 대장내시경 검진을 시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 샘종과 대장암과의 연관성
암과의 연관성은 샘종의 육안적 모양과 크기가 매우 중요하다. 샘종의 모양은 목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크게 유경성과 무경성으로 나뉘는데 암의 발생은 목이 없고(무경성) 편평한 모양의 샘종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편평한 모양의 샘종 중에서 그 크기가 1cm가 넘을 경우, 측방발육형 종양이라고 분류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및 일본에서 주로 많이 보고 된다.
또한 샘종은 그 크기에 비례하여 암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샘종의 크기에 따라 암조직을 포함할 가능성은 0.5cm, 1.0cm, 그리고 2.0cm 크기의 샘종에서 각각 0%, 1% 그리고 20∼50% 정도이다. 대장의 한 부분에서 샘종이 발견되면 다른 부위에도 발견될 가능성이 높으며 다발성 샘종이나 크기가 1cm 이상 샘종이 있었던 환자는 샘종이 없는 환자에 비해 암 발생률이 높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국가암검진 사업의 도입과 대장암에 대한 관심의 증대에 따라 대장내시경 시술의 건수가 늘어나면서 전암성 병변인 샘종과 조기대장암 등 대장종양의 발생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대장벽은 제일 안쪽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고유근층, 그리고 장막층으로 이루어지는데 조기대장암은 암세포가 점막하층 이내까지 침범한 경우를 일컫는다(점막층 또는 점막하층).
대장종양에 있어 내시경 치료의 적응증은 전암성 병변인 모든 샘종, 점막층에 국한된 대장암, 그리고 점막하층 일부를 침범한 대장암이다. 대장암의 경우 주위 림프절 절제를 비롯하여 암조직이 포함된 대장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다. 그러나 림프절 전이가 거의 없는 점막층 침범 대장암 그리고 점막하층의 표면 일부를 침범한 대장암은 내시경 치료 후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절제 후에 추가적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최종 조직검사에서 분화도가 나쁜 암, 맥관 침범이 있는 경우, 점막하층 침윤이 깊은 경우 등이다.
▶ 대장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란
대장내시경 검사 중에 발견되는 0.5cm 이하의 작은 용종의 경우에는 조직검사 시 사용하는 겸자를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다. 크기가 큰 병변의 경우에는 내시경점막절제술을 시행하는데 이는 병변 아래 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하여 병변을 고유근층으로부터 분리시킨 후(lifting), 올가미로 병변 주위를 에워싼 다음 전기를 통전하여 절제한다.
최근 내시경점막하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이 개발되어 크기에 관계없이 종양을 내시경적으로 일괄절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내시경 절제술 시행 시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천공과 출혈은 각각 0.2%, 1%로 보고되었고 병변의 크기가 클수록 빈도는 증가한다. 위종양을 절제할 때 사용하는 방법과 동일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대장에서의 내시경 절제는 위에서와는 달리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첫째, 해부학적으로 대장은 위와는 달리 고정되지 않아 흐느적거리면서 내시경 삽입 시에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내시경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 둘째, 대장벽은 많은 주름이 있어 병변이 이 주름 위에 얹혀 있을 경우에는 제거가 어렵다. 셋째, 대장벽은 위벽에 비해 얇기 때문에 시술 중에 천공의 위험성이 크다. 넷째, 대장 내에 존재하는 분변은 병변 제거 후에 생기는 상처 부위에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따라서 대장종양을 내시경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1cm 내외의 병변의 경우에는 간단히 제거하나, 2cm 이상의 큰 병변의 경우 시술 후 출혈 및 천공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4∼7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입원할 것을 권유한다.
▶ 치료 후 관리 방법
대장샘종 환자는 추가적인 샘종 발생 및 대장암의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기 때문에 시술 후 추적 감시 검사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추적 대장내시경의 기간은 다음과 같다.
1cm 미만 크기의 1∼2개, 조직학적으로 저도이형성(low grade dysplasia)으로 진단된 샘종일 경우 절제 후 보통 5년 후에 추적검사를 권유한다.
1cm 이상 크기의 샘종, 3∼10개의 샘종, 또는 조직학적으로 고도 이형성(high grade dysplasia)인 경우는 제거 후 보통 3년 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유한다. 조기대장암, 큰 무경성 샘종, 또는 10개 이상의 많은 수의 샘종을 제거하였을 경우에는 의사의 판단 및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검사 간격을 줄인다.
● 김은수 교수 / 소화기내과 /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