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아이를 출산한 A씨는 맨손으로 물과 세제를 수없이 만졌다. 아이의 젖병 세척과 아기 옷빨래에서부터 이유식 준비까지. 그런데 요즘 손이 건조해지고 가려워서 피부과에 갔더니 주부습진이라고 한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려면 손에 물 마를 날이 없고 주부습진을 치료하자면 손을 쉬어야 한다니 고민이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다.
글 김도영 교수(피부과) | 포토그래퍼 지한비 | 스타일링 최혜민
다양한 주부습진, 원인을 차단하라
주부습진은 손에 물이나 비누, 세제가 오랫동안 과도하게 노출되어 생기는 자극성 접촉피부염을 말한다. 흔히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건조감과 비늘을 동반한 습진이 나타난다. 대부분 가려움 증상이 나타나며 피부가 심하게 갈라지면 따가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어오르거나 잔 물집, 진물이 동반되며 손등으로까지 번진다. 양손에 같이 오는 경우가 많으나 보통 많이 사용하는 쪽 증상이 더 심한 편이다.
주부습진은 환자의 병력과 증상을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는데,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같은 특정 원인이 의심될 경우에는 첩포검사 같은 피부과 검사가 필요하다.
주부습진은 일반적으로 결혼 및 출산 후 손을 사용한 집안일을 많이 하게 되는 가정주부들에게 많이 생기지만 요리사나 생선가게 종사자, 외과의사처럼 반복적으로 손이 물이나 세정제에 자주 노출되는 다른 직업에도 많이 생긴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물을 많이 다루는 모든 사람에게 주부습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아토피피부염을 앓은 경우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으며, 간혹 금속이나 고무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물을 쓰지 않더라도 알코올 성분의 손세정제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주부습진은 개인적인 소인의 파악과 차단이 매우 중요하다.
주부습진의 치료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찾아 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설거지나 빨래를 할 때 맨손으로 하지 말고, 고무장갑 안에 마른 면장갑을 먼저 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비닐장갑은 땀이 쉽게 차기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다.
로션이나 겔 타입, 심한 주부습진에는 쓰지 말자
주부습진의 치료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대부분의 주부습진은 집안일을 통해 생기므로 설거지나 빨래를 할 때 맨손으로 하지 않도록 하고, 마른 면장갑을 낀 후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는 것이 피부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이때 면장갑을 여러 개 준비해 손이 항상 마른 상태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닐장갑은 땀이 쉽게 차기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다.
심하지 않은 주부습진은 간단한 보습제를 바르는 것만으로 증세가 호전되지만, 보습제만으로 나아지지 않으면 스테로이드 연고나 크림을 흔히 치료에 사용한다. 그러나 모든 스테로이드 연고나 크림이 주부습진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손바닥 피부는 상대적으로 두껍기 때문에 너무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는 잘 듣지 않고, 갈라진 틈새로 균에 감염되면 오히려 약으로 인해 더 심하게 덧날 수도 있다. 또 로션이나 겔 타입의 바르는 약들은 쉽게 증발되기 때문에 피부를 오히려 더 건조하게 하므로 건조증이 이미 심해진 주부습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급성으로 악화되거나 물집이 생기고 진물이 날 때에는 냉습포 요법이 도움이 되며, 전신적인 스테로이드 제제는 증상이 아주 심할때에만 단기간 사용한다. 만성기가 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진 틈새가 많이 보이는데, 이때는 유분기가 많은 핸드크림과 스테로이드 연고제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1. 설거지나 빨래를 할 때는 고무장갑 안에 마른 면장갑을 낀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사용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
2. 비누로 손을 너무 자주 씻거나 알코올 손세정제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비누와 손세정제는 중성 또는 약산성 제품을 쓴다.
3. 손을 씻거나 물을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핸드크림을 발라 피부 건조를 막는다.
4. 금속, 고무 및 향료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손에 닿는 것을 가급적 피한다.
5. 주부습진을 오래 방치하면 더 넓게 번지거나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발생 초기에 피부과를 방문해 전문의와 상의한다.
출처 :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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