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능 이상 지속되면 인지기능 장애도 동반될 수 있어
파킨슨 병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와 구분 치료해야
손이 떨려서 왔다는 한 환자는 증상을 얘기한 후 “검색을 해 봤는데 파킨슨 병은 아니겠지요?” 하고 걱정스런 목소리를 던진다. 혹은 “치매는 아닐까요?” 묻기도 한다. 아마도 검색을 통해 파킨슨 병에서 손떨림이 주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테고, 치매만큼이나 걸리지 말았으면 하는 병이 파킨슨 병이라는 느낌을 가진 환자를 치료해야 된다 싶어 마음을 다잡고 진료에 임하게 된다.
▲ 파킨슨병
파킨슨 병에서의 치매라는 어려운 상황을 논하기 앞서 파킨슨 병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파킨슨 병은 안정시의 진전(떨림), 서동증(행동이 느려짐), 경직(rigidity), 자세불균형증 등 운동기능의 장애를 특징으로 한다. 중추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의 하나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하여 몸의 원활한 움직임을 방해하여 이 같은 증상이 생긴다.
안정시의 진전은 양쪽이 아닌 한쪽에서 시작하여 반대쪽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행동이 느려지고 경직이 생기기에 초기에는 피곤함, 힘이 없음, 한쪽이 어둔함 등의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이외에 보행장애 또한 흔한데, 종종걸음을 치며(좁은 보폭) 팔의 흔들림이 줄어들고 발을 끌면서 걷다가 몸이 점차 앞으로 굽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며, 자율신경기능의 장애도 동반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증상들은 다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으나, 가장 흔한 원인이 파킨슨 병이기에 이런 증상들을 파킨슨 증상이라고 부르고, 자세한 신경학적 검사와 혈액 및 뇌 MRI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파킨슨 병은 뇌의 퇴행성 질환이므로 약물치료로 증상의 호전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뇌에 부족한 도파민과 관련 성분들을 투약하여 증상이 비교적 좋아질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에 대한 반응에 변화가 생긴다.
과거 의사들은 진전과 보행장애 등 운동기능의 향상에 관심을 두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약제가 개발되고 환자들의 운동기능이 향상되면서 인지기능의 저하, 수면장애, 기분장애, 자율신경계 증상 등 비운동영역의 장애에 주목하게 되었다.
▲ 치매
치매란,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가진 성인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전과 달리 부적절한 언행들을 나타내며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장애를 보이는 증후군(증상)이다. 여기에는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공간 개념의 저하, 계산력의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포함되며 망상, 환각, 불안, 우울 등의 이상행동도 동반될 수 있다.
손떨림에서 파킨슨 병을 걱정하듯 기억장애에서 치매(알츠하이머 병)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나, 치매는 이 자체가 하나의 증상이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 병, 그 다음은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되며, 파킨슨 병도 중요한 원인에 속한다.
▲ 파킨슨 병과 치매(파킨슨 병 치매)
치매는 파킨슨 병의 비운동영역 증상 중 가장 보호자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하고 걱정스럽게 하는 증상이다.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1명이 파킨슨 병이고 100명 중 10명 가량은 치매라는 통계처럼, 치매와 파킨슨 병 모두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파킨슨 병의 인지기능 장애는 병의 후반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파킨슨 병의 초기 단계에서도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처음 진단받은 파킨슨 병 환자의 30%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인다고 하였다. 또한 건강인에 비하여 치매의 위험률을 2∼6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한 통계에서는 발병 2년째에 파킨슨 병 환자들의 약 20%, 4년째에 50% 정도가 치매에 이환되어 있다고 보고하였다. 결국 파킨슨 병은 환자의 연령이 많고, 발병기간이 오래될수록, 운동기능 증상이 심할수록 파킨슨 병 치매에 이환될 확률이 높아진다.
파킨슨 병에서의 치매(이하 파킨슨 병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다소 양상에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인지 및 운동기능의 느려짐, 전두엽 실행기능(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순서대로 처리하고 판단하는 능력)의 장애가 두드러지며, 기억장애는 재인의 장애가 특징적이다. 즉 최근에 들은 말, 사건들을 송두리째 잊고 기억하기 힘들어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달리, 비록 기억장애가 있더라도 “이런 이런 일들이 기억나세요” 하고 힌트를 주면 기억해 낼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특징은 일반적인 것이며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파킨슨 병 치매는 인지기능의 변동성, 환각(환시, 환청), 수면 장애, 우울증 등의 증상이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와 차이를 둘 수 있다. 파킨슨 병 치매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이상행동이 동반될 수 있는데, 약 90% 정도에서 동반되고 파킨슨 병이 심해질수록 이상행동의 양상 또한 심해지니 본인 및 가족들은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빈도순으로는 우울, 무감동, 환각, 불안 등이 흔하며, 이외에 쉽게 화냄, 공격성, 반복적 행동 등도 동반될 수 있다.
파킨슨 병은 체내에 도파민이 부족하여 증상이 발생하기에, 부족한 도파민을 공급함으로써 운동증상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며, 실제로 호전된다. 그러나 인지기능 즉 파킨슨 병 치매에 있어서는 도파민 성분의 약제를 투여하더라도 운동기능에 비해서는 반응 정도가 낮다. 따라서 인지기능 개선을 위해 개발된 약제들을 처방하게 되는데, 알츠하이머 병을 위해 개발된 약제일지라도 파킨슨 병 치매에 있어서는 치료의 효과가 다르다. 따라서 파킨슨 증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에 대해 신경과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평가 등이 이루어진 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에 대처하는 현대인의 자세이다.
● 이현아 교수 / 신경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 문의 신경과 ☎ (053)250-7834
사춘기 조숙 (Precocious puberty) (0) | 2013.01.27 |
---|---|
‘간질’→‘뇌전증’으로 명칭 변경 (0) | 2013.01.27 |
치매와 파킨슨 병 제대로 이해하기 (0) | 2013.01.27 |
기립성 못견딤증 (0) | 2013.01.27 |
류마티스 관절염 (1) | 2013.01.27 |